해드림출판사, 자연친화적 삶을 꿈 꾸는 ‘절기와 습속 들춰보기’ 출간
지금 얼굴을 스치는 바람의 주소를 생각해 본 적 있는가. 5월은, 5일 입하와 21일 소만의 시기로 꾸려졌다. 우리 삶의 지체인 자연의 흐름, 왜 새삼 ‘절기와 습속’ 인식이 우리에게 필요한가를 물어야 할까?
고도로 발달한 사이버 문명시대, 더불어 벌어지는 평균수명 100세 시대. 이런 시대적 상황일수록 우리 생체 리듬과 일상을 자연의 순환에 잘 순응시켜야 할 것이다. 인간도 자연의 일부라서, 영육간의 건강은 자연 습성을 떠나서는 제대로 이루지지 못하기 때문이다.
아파트 숲속 사이에도 절기들은 스며들고 지나가고 스러진다. 도심 중심의 우리는 선조들이 자연에서 발견한 보물을 버려둔 채 살아간다. 절기와 습속은 자연 친화적 삶을 살았던 선조들의 지혜와 철학이 담긴 것이다.
인간의 본성도 자연의 본성에서 나왔다. 때 묻지 않은 자연의 본성을 성찰하며 살아가면, 영의 그릇인 몸이 건강해지고 그만큼 삶의 질이 성숙하는 것이다.
자연과 각별하였던 우리 민족
봄이 시작되고, 씨를 뿌리고, 농사를 시작하는 등 절기는 자연이 우리를 축복한 날이기도 하다. 우리 일상에서 일어나는 일들도 이 자연의 성장에 맞춰 행하고 기억한다면 자연의 축복과 오래도록 함께할 수 있을 것이다. 이사를 하고 결혼을 하는 등 어떤 경조사를 계획할 때도 절기를 우리가 그 축복을 다 받을 수 있다.
예전부터 우리는 ‘자연의 순환’을 깊은 통찰과 지혜로써 부대끼며 삶의 지경을 넓혀온 민족이다. 한마디로 천연적 성정을 지녔던 것이다. 이는 순 우리말로 된 일 년 열두 달 이름에서도 드러난다. 꽃샘추위의 2월 시샘달, 3월의 물오름달, 4월의 잎새달 등 열두 달 모두 자연의 흐름을 표현한다. 자연의 흐름은 인간의 삶 자체이다. 옛 우리 선조는 비록 지금보다 물질은 부족하였을지라도 자연의 세포로서 형이상학적 삶이 앞섰으며 정서가 충만한 영혼이었다.
세계 모든 민족 가운데 자연적 지혜와 정서가 가장 높았던 민족이 있다면 인디언들이 아닐까 싶다. 자연의 소중함을 일찍이 깨달아 모든 자연을 삶의 동반자요, 보호자로 받아들인 그들이다. 일 년 열두 달 이름은 물론이요, 각 부족 이름, 심지어 사람들 이름조차 자연화 시킨 보면 우리보다 좀 더 섬세하고 친밀한 자연성을 보인다. 부족마다 열두 달 이름이 다른 [마음 깊은 곳에 머무는 달(아리카라족), 추워서 견딜 수 없는 달(수우족), 눈이 천막 안으로 휘몰아치는 달(오마하족), 눈에 나뭇가지가 뚝뚝 부러지는 달(쥬니족)] 등이 그것이다.
이 책의 화두는 ‘현대인이여, 자연으로 돌아가라!’
우리 민족이 천연성을 지녔다는 의미는 그만큼 순수하고 때가 덜 묻은 영혼들이라는 뜻이다. 이는 백의민족이라는 의미와도 상통한다. 이 책에서 저자의 가장 큰 화두는 ‘자연으로 돌아가라’이다. 우리가 이 책을 놓치지 말아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무생명의 인터넷과 사이버 공간이 만연된 현대 문명에서 성정이 경화된 현대인이, 절기와 습속 등을 통해 세속화된 영혼을 씻으며 자연의 본성에게로 귀환토록 도울 것이기 때문이다.
‘절기와 습속 들춰보기’ 저자인 한판암 교수는, 일찍이 우리 민족의 이런 지혜와 성품을 존경하고 점차 사라져가는 이들 미학을 안타까워하면서 하나하나 수필화시켜 정리해 온 것이다. 따라서 단순히 ‘습속과 절기’를 소개하고 설명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저자의 부드러운 의식과 향기와 철학이 더불어 담긴 책이다.
저자 한판암은...
경남대학교 공과대학 컴퓨터공학부에서 정년퇴임하였다. 한국정보처리학회 이사, 감사, 부회장을 지냈으며 테마수필 필진, 한국문인협회 및 마산문인협회에서 활동한다. 季刊 ‘수필界’ 편집위원, ‘문예감성’ 수필부문 심사위원, ‘시와 늪’ 명예고문이며, 현재 경남대학교 공과대학 컴퓨터공학부 명예교수(경영학 박사)이다. 수필집으로 ‘행복으로 초대’(해드림출판사 : 2012) 등 여덟 권의 에세이집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