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로부터 우리의 조상들은 이미 전통사회에서 어려움을 당한 이웃을 위하여 자발적으로 도움을 주던 두레, 상부 상조계, 향약 등의 미풍양속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현대를 살고 있는 우리는 이웃의 어려움을 함께 걱정하기는커녕 이웃에 누가 살고 있는지도 모르고 있는 실정이다. 현대사회를 상실의 시대라 일컫는 것은 과거에 우리가 지켜온 많은 것을 잃어가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며 그러한 것 중 하나는 우리가 오랫동안 서로 도우며 살아왔던 상부상조의 정신도 포함된다.
현대사회에서의 소외가 심화되어 갈수록 우리에게 더욱 필요한 것은 다 함께 사는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노력이며 사회의 모든 구성원이 서로를 존중하고 구성원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실천이다. 나눔과 봉사는 기본적으로 인간이 가진 능력과 자원을 창조적으로 활용하여 사랑의 공동체를 만들어 나가자는 데 있다. 우리의 도움이 필요한 곳에 ‘도움의 손’을 내밀고 도움이 필요한 ‘기쁨의 손’을 잡는 것이다.
도봉구에 위치한 작은 사찰인 서원암(주지스님 정심)의 아름다운 선행이 종교의 벽을 넘어 지역 사회의 귀감이 되고 있다. 특히 어려운 이웃들에게 베푸는 삶, 즉 불교의 ‘보시’를 행하기 위해 손수 농사지은 배추로 김장봉사를 해오며 훈훈한 미담을 전하고 있다. 지난 1986년부터 시작한 김치보시는 도봉구 일대는 물론 노원구와 의정부와 포천 일대의 이웃들에게까지 지금까지 한해도 거르지 않고 지원하고 있으며 2008년 3월부터 신도들과 함께 직접 농사지은 재료로 사용해 매주 화요일 무료급식을 열고 있다. 정심 주지 스님은 “경제적으로 넉넉지는 않지만 사회단체의 지원이나 후원없이 스님 및 신도들의 자발적인 노력으로 지금까지 김장봉사 및 무료급식을 해오고 있다. 물질적인 지원을 받아가며 행하는 봉사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쉬운 봉사”라며 “봉사는 계산할 수 없는 것이기에 누군가의 도움을 바라고 의지한다면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서원암은 무료급식이라고 해서 음식을 성의없이 제공하지 않는다. 모든 음식을 내 부모에게 대접하는 마음으로 맛은 물론 영양까지 고려한다. 또한 영양죽을 별도로 준비해 이와 잇몸이 불편한 노인들이 불편함 없이 식사를 할 수 있도록 세심히 신경쓰고 있으며 식사를 마치고 절을 나서는 독거노인들에게는 영양죽과 부침개 등을 포장해 주는 배려도 잊지 않는다. 특히 정심 스님은 매주 한 번씩 시간이 되는 불자들과 직접 포천에 위치한 농장으로 달려가 신심을 다지고 공덕을 쌓는 즐거움도 키우며 김장에 들어가는 무, 배추, 고추 등을 직접 재배하고 있다. 대부분 시간을 급식준비로 할애해야 할 만큼 눈코 뜰 새 없이 바쁘지만, 식사 한 끼를 대접받고 미소를 머금는 어르신을 보며 힘을 얻는다는 정심 스님은 “우리 주변에는 없는 것 같지만 배를 곯는 이웃이 여전히 많다. 이들에겐 작지만, 김치 한 포기라도 큰 힘이 된다.”고 전했다.
정심 스님은 차후 노인들을 위한 요양시설을 건립하는 것을 최종적인 목표로 삼고 있다. “부처님이 병이나 부상으로 생을 마감하는 이들의 곁을 지키듯 생의 마지막을 준비하시는 분들이 생전에 가졌던 마음을 잘 풀고 남은 여생을 좀 더 편안하고 행복한 마음으로 마무리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다.”고 소망을 전했다.
칼릴 지브란은 ‘가난은 일시적인 결함이지만 나눔은 우리 모두를 건강한 부자가 되게 한다.’며 이웃과 사회를 향한 나눔은 우리 모두를 건강한 부자가 되게 한다고 말했다.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오늘도 ‘나누는 삶’을 실천하고 있는 서원암의 아름다운 해피바이러스가 머물지 않고 흐르는 물처럼, 보이지 않는 바람처럼, 사회 전역에 퍼져가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