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배운 한을 가진 어르신들 이제는 국가가 책임져야
못 배운 한을 가진 어르신들 이제는 국가가 책임져야
  • 박주환 기자
  • 승인 2016.06.01 10: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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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성여자중고등학교 이선재 교장

지난 5월 26,27일 양일간 일성여자중고등학교 강당에서 ‘제12회 詩낭송대회’가 열렸다. 늦깍이 만학도들이 각자 준비한 시를 낭송하며 어느 누구 보다 열정적으로 대회에 임하고 있었다. "배움에는 나이가 없다"라고 했던가 배우지 못한 서러움,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나이도 잊은 채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는 것이다.

마포에 위치한 일성여자중고등학교는 배움에 목마르고 불학의 한을 지니고 사는 이들을 위해 배움의 등불을 밝혀 주고 한풀이의 터전을 마련하여 늦깎이들의 향학 열기를 북돋워 주고 있다.

일성여자중고등학교 이선재 교장

일성여자중고등학교는 지난 1952년 야학으로 시작하여 1988년까지 일성고등공민학교로 운영하다 1985년부터는 일성여자상업학교로서 고등학교 미진학 청소년들을 위한 직업교육에 남다른 공헌을 해 왔다. 2000년부터 성인여성을 위한 학력인정 2년제 학교로서 운영되고 있다. 무엇보다도 늦게 시작하는 만한도의 꿈은 아무래도 청소년들과 달리 어려움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이 학교는 바로 이러한 사람들의 꿈을 이루기 위해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한편, 학생들의 마음까지 헤아리는 전인교육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이선재 교장은 “세상을 살아가는데 있어 진심어린 마음과 열심히 하는 노력, 인간적인 모습으로 남을 도우면 결국 그것이 나에게 도움이 되어 돌아온다.”며, 그래서 선생님들에게도 학생들을 대할 때 진심어린 마음으로 대하라고 강조한다.

 

일성여자중고등학교는 각 교육과정을 통해 기본교과 이외에도 영어, 한자, 컴퓨터, 글쓰기 등 현대 생활에 필수적으로 필요한 분야의 교육에 관심을 기울여 왔다. 또한 다양한 교내외 행사 참여와 봉사활동을 통해 졸업 후 사회참여를 가능케 하는 교육도 실시하고 있다. 팝송 수업과 한자 수업은 일성여자중고등학교만의 특별한 수업으로 팝송 수업에서는 주부들이 영어를 조금 더 재미있고, 친숙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팝송을 이용한 영어 강의를 한다.

생전 처음 영어를 배우는 주부 학생들에게 어려운 단어, 문법으로 이루어진 팝송은 노래라기보다는 오히려 어려운 숙제로 느껴졌지만, 선생님과 학생들의 열정, 그리고 주부들을 위한 학교의 '영어 생활화' 정책 덕분에 이제는 많은 학생들이 영어를 즐기고 있다. 매년 1회씩 열리는 '팝송 경연 대회'는 어머님들이 솔로, 혹은 팀을 짜서 자신이 원하는 팝송을 열창하는 대회로, 입상 여부를 떠나, 그동안 쌓여왔던 공부, 영어에 대한 '한'을 풀 수 있는 계기가 되어 많은 학생들이 열정적으로 참여한다고 한다. 이러한 일성여자중고등학교의 팝송경연대회는 영어로 인사하기, 영어암송, 영어말하기대회, 토셀공부, 영어특강 등의 학교의 다양한 영어 생활화 정책과 더불어, 어머님들이 영어를 '즐길 수' 있도록 하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각 교육과정에서 자격증 또한 전문가 수준에 이르게 되면 1관왕이라는 타이틀이 주어지며 일성여자중고등학교에는 현 9관왕, 즉 9개 분야에 전문가 수준에 이르는 만학도도 있어 그 교육수준이 얼마만큼 높은지 엿볼 수 있다.

 

인성과 실력을 갖춘 창의적 인재 육성을 바탕으로 생활중심의 실용 교육과 고령사회에 대비한 미래 교육에 힘쓴 공로를 인정받아 대통령상, 국무총리상, 법무장관상, 교육부장관상, 문화체육부장관상, 검찰총장상, 서울교육상, 서민대상, 국제 로터리클럽 총재상 등을 수상하기도 한 이선재 교장은 "내 소망은 우리나라 비문해자들을 교육하는 프로그램이 없어지는 것이다. 더는 일성여자중고등학교에 입학할 분들이 없어지면 저는 행복할 것이다. 그래서 모두가 평등한 교육을 받고 자신의 삶을 꾸릴 수 있도록 돕고 싶다. 개인적인 작은 소망으로는 제자들에게 언제나 참스승이었다는 소리를 듣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적은 예산과 관심 부족으로 민간에서 이뤄지고 있는 교육소외계층의 교육을 이제는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 우리나라가 지금까지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생활 전선에서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한 이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사회가 외면하거나 무시하기보다는 이들의 노고를 높이 사고 이들이 배우지 못한 서러움을 풀어줘야 할 것이다.

 

이에 이선재 교장은 "못 배운 한을 가진 어르신들은 다음 세대를 키워내고 뒷받침해 주신 숨은 공로자들입니다. 이들 어르신들도 교육 기본법에 보장된 교육 받을 권리와 헌법에 보장된 행복추구권을 누릴 자격이 있습니다. 이들 교육 소외계층에 대한 교육 기회를 제공하지 않고 방치 한다면 교육 격차는 점점 더 벌어지고 무지의 대물림, 가난의 대물림으로 이어져 개인은 물론 국가·사회적으로도 큰 어려움을 가져올 것이 분명합니다. 이제는 숨은 공로자들에게도 관심을 가지고 국가기관에서 교육지원책이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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