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해는 인간의 삶 그 자체이며 기본권의 핵심인 만큼 비문해자들에 대한 정부 차원의 문해교육 지원이 적극 이뤄져야 한다" 일성여자중고등학교 이재선 교장의 말이다. 지난 7월 7일 국회의사당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제34회 동반성장포럼에서 주장한 내용이다.
못 배운 한을 가진 어르신들은 다음 세대를 키워내며 지금의 대한민국이 고속성장이 이뤄지도록 자신을 희생하며 뒷받침해 준 숨은 공로자들이다. 이제는 국가가 이들 어르신들의 교육기본법에 따라 보장된 교육받을 권리와 헌법에 보장된 행복추구권을 책임져야 한다. 이들 교육 소외계층에 대한 교육 기회를 제공하지 않고 방치한다면 교육 격차는 점점 더 벌어지고 무지의 대물림, 가난의 대물림으로 이어져 개인은 물론 국가·사회적으로도 큰 어려움을 가져올 것이 분명하다.
7월 5일 서울 마포아트센터에서는 '제12회 일성여자중고등학교 팝송경연대회'가 열렸다. 과거 여성이라는 이유 등 개인적인 사정으로 제때 학업을 마치지 못한 10대에서 80대까지의 만학도들이 무대에는 열창을 하고 또 관객이 되어 열띤 응원을 펼쳐 보는 이로 하여금 감동과 전율을 느끼게 했다.
'일성'이라는 이준 열사의 호를 붙인 일성여자중고등학교는 지난 1952년 야학으로 시작하여 1988년까지 일성고등공민학교로 운영하다 1985년부터는 일성여자상업학교로서 고등학교 미진학 청소년들을 위한 직업교육에 남다른 공헌을 해왔다. 2000년부터 성인여성을 위한 학력인정 2년제 학교로서 운영되고 있다. 무엇보다도 늦게 시작하는 만학도의 꿈은 아무래도 청소년들과 달리 어려움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이 학교는 바로 이러한 사람들의 꿈을 이루기 위해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한편, 학생들의 마음까지 헤아리는 전인교육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이선재 교장은 “세상을 살아가는데 있어 진심어린 마음과 열심히 하는 노력, 인간적인 모습으로 남을 도우면 결국 그것이 나에게 도움이 되어 돌아온다.”며, 그래서 선생님들에게도 학생들을 대할 때 진심어린 마음으로 대하라고 강조한다.
이곳의 각 교육과정은 기본교과 이외에도 영어, 한자, 컴퓨터, 글쓰기 등 현대 생활에 필수적으로 필요한 분야의 교육에 관심을 기울여왔다. 특히 팝송 수업과 한자 수업은 일성여자중고등학교만의 특별한 수업으로 팝송 수업에서는 주부들이 영어를 조금 더 재미있고, 친숙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팝송을 이용한 영어 강의를 한다.
생전 처음 영어를 배우는 주부 학생들에게 어려운 단어, 문법으로 이루어진 팝송은 노래라기보다는 오히려 어려운 숙제로 느껴졌지만, 선생님과 학생들의 열정, 그리고 주부들을 위한 학교의 '영어 생활화' 정책 덕분에 이제는 많은 학생들이 영어를 즐기고 있다. 매년 1회씩 열리는 '팝송경연대회'는 어머님들이 솔로, 혹은 팀을 짜서 자신이 원하는 팝송을 열창하는 대회로, 입상 여부를 떠나 그동안 쌓여왔던 공부, 영어에 대한 '한'을 풀 수 있는 계기가 되어 많은 학생들이 열정적으로 참여한다고 한다. 이러한 일성여자중고등학교의 팝송경연대회는 영어로 인사하기, 영어암송, 영어말하기대회, 토셀공부, 영어특강 등의 학교의 다양한 영어 생활화 정책과 더불어 어머님들이 영어를 '즐길 수' 있도록 하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각 교육과정에서 자격증 또한 전문가 수준에 이르게 되면 1관왕이라는 타이틀이 주어지며 일성여자중고등학교에는 현 9관왕, 즉 9개 분야에 전문가 수준에 이르는 만학도도 있어 그 교육수준이 얼마만큼 높은지 엿볼 수 있다.
인성과 실력을 갖춘 창의적 인재 육성을 바탕으로 생활중심의 실용 교육과 고령사회에 대비한 미래 교육에 힘쓴 공로를 인정받아 대통령상, 국무총리상, 법무장관상, 문화체육부장관상, 교육부장관상, 검찰총장상, 서울교육상, 서민대상 등을 수상하기도 한 이선재 교장은 “성인 기준으로 전국에만 577만 명이 중학교 이하 학력을 가진 비문해자이며 그 중 264만 명은 글을 읽지도, 셈도 전혀 하지도 못하는 사람들이다. 국가가 문해교육에 어느 정도 재정을 투입하는지 실상을 살펴보면 의무교육에 속하는 초등학교는 1인당 659만 원, 중학교는 745만 원의 교육비 지원이 이뤄지는 데 반해 학력인정 평생교육시설에 대한 지원액은 1년에 120만~130만원인 1/6 수준으로 매우 열악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굳이 큰 돈을 들이지 않고도 학습자들에게 교육 정보만 제공해줘도 비문해자는 많이 줄어들 것이다. 어디서 어떠한 공부를 할 수 있는지 조차 모르는 이들에게 정보만 주더라도 배움의 기회를 확대시킬 수 있다. 내 소망은 우리나라 비문해자들을 교육하는 프로그램이 없어지는 것이다. 더는 일성여자중고등학교에 입학할 분들이 없어진다면 나는 행복할 것이다. 그래서 모두가 평등한 교육을 받고 자신의 삶을 꾸릴 수 있도록 돕고 싶다. 또 다른 작은 소망으로는 제자들에게 언제나 참스승이었다는 소리를 듣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제부터라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언론이 공익광고를 해서라도 문해교육에 대한 홍보를 해준다면 학습 기회 확대는 물론 관련 기관들의 발전과 육성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