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5년 해방 후 젊은이들이 한글을 모르는 현실을 개탄 ‘한글 교과서 출판’
1945년 해방 후 젊은이들이 한글을 모르는 현실을 개탄 ‘한글 교과서 출판’
  • 박주환 기자
  • 승인 2017.03.20 11: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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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스마트 시대가 열리면서 e-book으로 책을 보는 것이 활성화 됐다. 자연히 출판계도 변화를 꾀하고 있는 시점에 한국의 출판 역사라 할 수 있는 출판계 산증인이 바로 도서출판 장왕사 이대의 대표다.

이대의 대표가 교과서를 출판하던 1949년은 제작시설이 턱없이 부족하던 때라 교과서 제작은 많은 난관에 부딪쳤다. 좋은 교과서가 탄생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좋은 원고가 필요했다. 서울대학교의 육지수 교수를 통해 당대의 석학들에게 교과서 원고를 받았지만 종이의 질적 수준이나 인쇄기술이 여의치 않았다. 당시 가장 많이 사용한 교과서 용지가 갱지였을 정도다. 용지는 ‘군산 갱지’가 가장 많이 사용됐고, 그 외에 선화지가 있었으며 거의가 수입으로 충당됐다.

이대의 대표

한국 교과서 출판의 역사와 생사고락을 같이 한 이대의 대표는 한 평생 검인정 교과서와 인연을 맺고 교과서 출판 경영의 합리화와 교과서 전문 출판사들의 지위 향상에 진력해왔다. 1958년 한국검인정교과서발행인협회를 만들어 검인정교과서 출판사들의 공동 이익의 창출을 이끌어 낸 점과 교과서 생산의 합리화를 이룬 중심에는 이대의 대표가 있었고 더불어 그는 실업교과서주식회사, 중등교과서주식회사 등 학교별 교과서주식회사를 설립해 교과서의 적기 생산과 공급, 공동 이익의 증진에 기여해 검인정교과서 운영 체제 개선에 공헌했다.

2002년 그의 저서 <나와 검인정교과서>를 통해 검인정교과서 업계의 흐름과 한국 출판의 뿌리를 밝혀 내기도한 이대의 대표는 1920년 일제 치하의 서울에서 태어나서 일본에 유학, 메이지대학 법과에 입학했다. 대학원 재학시 학병 문제로 일시 귀국하고 있던 차에 해방과 남북의 분단으로 인해 혼란에 빠져있던 시기에 청운의 꿈을 품고 출판사업에 뛰어들었다.

당시 대부분 해방된 조국의 젊은이들이 한글을 모르는 현실을 개탄하며 한글로 교과서를 출판하기로 방향을 정하고 1945년 10월, 출판자금 4,000원으로 백남홍과 함께 도서출판 ‘동지사’를 설립하고 중학영어 학습서 ‘펜맨십’과 지리, 물리, 역사 등 각종 학급 교과서를 발행한 것이 그 첫출발이었다.

1951년 ‘장왕사(章旺社)’로 회사명칭을 바꿨다. 1950년 6·25 동란이 발발했을 때에는 인쇄기를 열차에 싣고 대구에 내려가 초등학교용 전시독본을 생산하기도 했다. 이후 장왕사는 국내 교과서 출판에 있어 독보적인 존재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1970년대는 유신체제가 되면서 교과서 출판사들이 세금 221억 원을 탈루했다고 발표한 이른바 1977년 ‘검인정교과서 사건’이 터졌다. 가산이 거덜 나고 고문으로 인해 병을 얻기도 했지만 출판업의 권리와 의무를 지키려했던 이 대표는 굴하지 않았고 결국 1990년 대법원은 이대표의 손을 들어줘 13년 만에 명예회복을 할 수 있었다. 이 시기에 117개 교과서 출판사 중 96개가 문을 닫거나 교과서 업계를 떠나 30여년간 축적한 자본과 기술, 노하우가 하루아침에 사라지는 바람에 우리나라 출판문화가 10년 이상 후퇴했다고 이 대표는 안타까워했다.

 

이대의 대표로부터 가업을 이어 받아 출판역사와 함께 자란 그의 아들 이기성 원장은 현재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원장으로 ‘컴퓨터는 깡통이다’ 와 뚱보강사로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이기성 원장은 국내 최초로 전자출판을 학문으로 정립하며 스마트폰에서도 모든 한글 1만1천172자가 구현될 수 있도록 하였고 문화부에서 제작 보급한 문화부 서체 개발을 주도적으로 수행하며 평생 출판사, 출판단체, 출판교육에 헌신해 왔다.

‘검인정교과서’계의 산 증인 이대의 대표는 “제1차 교육과정기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검인정교과서의 편찬과 보급에 모든 것을 바쳐 진력해왔습니다. 이러한 노력이 우리나라 교육의 발전에 미약하나마 보탬이 된 것 같아 늘 보람을 느끼며 삽니다.” 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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