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미술계는 포스트모더니즘의 흐름을 거쳐 다양한 장르와 각양각색의 예술적 개념이 혼재하고 있다. 이를테면 미를 산출하는 것, 현실을 재현ㆍ재생하는 것, 형식을 창조하는 것 등과 같은 나름대로의 정의가 그것이다. 작가 개개인의 정서가 중요시되어 한 가지 형식이나 사조가 주류를 이루던 과거와는 달리 전통회화와 사실주의, 추상주의와 팝아트, 설치와 퍼포먼스 등 형식 파괴에 가까운 다양성과 의미 부여가 용인되고 있다.
‘예술가는 있어도 장인은 없다’는 말이 회자되고 있는 국내 미술계에서 조용하게 자신만의 고유한 미학세계를 경주하고 있는 작가가 있다. 다변적인 현대 미술계에서 조용히 자신만의 조형 언어를 정립해 가고 있는 임성호 작가가 그 주인공. 미술에 대한 끊임없는 애정과 노력을 쏟으며 자신의 내면세계와 예술가로서의 자화상을 투영하고 있는 임성호 작가가 자신만의 예술적 감수성이 담긴 예술세계를 꽃피우고 있다. 표현하고자 하는 대상의 특징을 탁월한 묘사력으로 화폭에 담아내는 그의 예술적 감성과 표현방법론상의 예리한 직관력은 다른 화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뛰어나다. 머릿속에 담겨진 정신적, 감성적인 느낌을 화가의 시각으로 그대로 표현해 내면서 예술을 향한 창작의 영역을 확장해 가고 있는 임 작가는 “예술이란 작가의 경험과 내면의 심상을 보여주는 형식적 창조”라고 말했다.
제주도를 무대로 활동하며 제주의 아름다운 자연풍경을 신화적으로 재해석해 온 임성호 작가는 제주의 정체성을 찾고 표현하는데 중점을 두고 작업에 매진하고 있다. 임 작가는 “제주의 아름다운 풍경을 환상적으로 그려내고 싶어서 제주신화를 작품 속으로 끌어들여 작업하고 있다. 눈으로 보여지는 겉모습이 아니라 제주의 속살과 정서까지도 표현 해보고 싶은 의도”라고 전했다.
작품의 소재 역시 ‘제주’이다. "제주도 자연 속 누구나 접할 수 있는 소재에서 느껴지는 심상을 화폭에 담아내고 있다"는 임성호 작가는 한정된 주제로 작품의 모티브를 제약하기보다는 제주도의 다양한 테마들을 그만의 메타포로 재구성하여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언제 어디서든 접할 수 있는 평범한 자연경관이나 일상적인 대상을 배치한 사물 등 그가 그려내는 자연의 이미지들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친근한 소재들이 대부분이며 자유롭고 격 없이 흩어져 그의 이야기를 풀어주고 있다.
임 작가가 몇해 전 개발한 ‘수채스크래치’라는 기법은 두꺼운 종이에 칼로 긁어내면서 색칠하는 기법으로 화폭에 밀도감과 중량감을 더해 줌으로써 작품을 감상하는 관람객으로부터 아주 신선한 기법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작가로서 훌륭한 작품을 만들어 낸다면, 사회가 밝아지고 문화가 풍성해지고 나아가 나라가 아름다워진다고 생각한다. 작가 개인의 힘은 미약하지만 혼신의 힘을 기울여 만들어 낸 작품의 효과는 대단히 크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눈과 마음, 영혼이 정화될 수 있는 경험 자체가 예술”이라는 임성호 작가는 “많은 사람들이 문화예술을 쉽게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며 대중들이 다양한 문화를 일상 속에서 즐길 수 있는 관람문화의 정착을 강조했다.
임성호 작가는 “침체된 한국미술계에서 대부분의 전업작가는 현실적으로 아주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다. 어렵고 힘든 길이지만 예술인으로서의 자부심과 사명감으로 창작활동에 꿋꿋하게 매진하고 있다. 정부에서도 좋은 문화예술 정책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지만 거창한 구호보다는 실질적인 도움을 줄수있는 현실적인 대안을 강구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아울러 미술을 전공하는 후배들에게도 “작가의 길은 어렵고도 힘든 여정이며 굳은 의지와 많은 인내심을 필요로 하지만 좋은 성과를 얻어내면 그만큼 보람도 크기 때문에 포기하지 않길 바란다.”고 제언했다.